요즘 아이들은 참 빠르다.
배우는 것도 빠르고 사용하는 것도 빠르다.
그래서 아이가 하는 말이 당황스럽고 웃길 때가 많다.
유치원 때는 그냥 아이의 말이 순수해서 웃겼는데,
초등학교에 들어간 이후에는 순수함에 당황스러움과 개그욕심이 플러스가 되었다.
가끔 아이가 하는 말을 듣고 있노라면 대체 이런 건 어디서 배웠나라는 궁금증이 절로 생긴다.
얼마 전에 2호를 데리러 갔을 때 일이다.
실내화를 가져오는 날도 아닌데 실내화 가방을 들고 나오는 녀석.
(참고로 실내화는 매 2주 금요일마다 집에 가져와서 빤다.)
가방을 휙휙 돌리면서 2호에게 물어본다.
?? 오늘 금요일도 아닌데, 실내화는 왜 가져왔어?
실내화 아래가 뜯어져서 가져왔지
밑이 뜯어졌다고?? 무슨 말이야
아빠가 실내화 봐봐
보니깐 실내화 장식이 덜렁덜렁 거리면서 떨어져 있다.
별건 아니고 그냥 본드로 붙이면 고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집에 가서 고쳐줄께라 말해주고 집으로 오는 길,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질문을 받았다.
아빠, 근데 실내화 새거 샀어?
???????????? 새거 샀지, 갑자기 그건 왜?
아니 혹시 당근이나 중고로 산거 아니야? 아니면 싸구려 산 거야?
실내화에 싸구려가 어딨어? 그리고 실내화는 중고로 팔지는 않아.
(일주일만 신어도 초등학생의 실내화는 이미 외형적으로는 수명을 다 하기 마련이다.... 절대 못 팔지 그런 것을.....)
그래? 아니 애들이 중고나 싸구려로 사면 가짜 실내화 살 수 있대!! 그러면 이렇게 떨어진대!!
그래서 아빠 이거 어디서 샀어?
이거 새 실내화를 샀지, 인터넷으로
그래, 알겠어.
일단 그렇게 대화가 끝이 났고 난 집에 가서 아이의 실내화를 본드로 붙여줬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웃긴다.
아니, 초등학생 2학년이 당근 마켓은 어찌 알고 싸구려라는 개념이 벌써 있는 건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당근 마켓이 뭔지 아냐고 물어보니 중고 거래하는 곳이란다.
쪼그마한 게 별 걸 다 알고 있다.
아마도 실내화 떨어진 걸 보고 아이들끼리 혹시 당근으로 산 중고 아니냐, 싸구려 아니냐 이런 대화들을 했나 보다.
아무런 생각 없이 그냥 어디선가 들었던 것을 자기들끼리 주거니 받거니 했겠지.
우리 집 아이들이 하는 말들을 들어보면 주워들은 말들을 많이 한다.
정확한 뜻은 모르지만 그냥 새로 배운 말이면 바로 그 말을 해보는 아이들이다.
다양한 가정에서 자라는 다양한 아이들이 학교에서 대화를 하면 다양한 것을 배운다.
그러다 보니 가끔 당황스러운 단어나 문장을 말하기도 하지만,
이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자라는 아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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