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봄, 2호가 놀이터에서 주워왔던 사슴 벌레가 있습니다.
우연히 놀이터에서 발견해서 집에 데리고 와서 잘 키웠어요.
↓사슴이와의 첫 만남
곤충 키트를 사서 집도 꾸며주고, 곤충 젤리로 먹이도 줬구요.
이름도 '사슴이'라고 지어주고 아침마다 인사를 했던 아이들이었어요.
또 주말이 되면 집 청소도 해주면서 아이들이 열심히 관리를 해주었었지요
그렇게 평생 우리와 함께 살 줄 알았던 사슴이가 어느 날 갑자기 움직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오전에 일어나서 나가려는데, 아이들이 사슴이가 움직이지 않는다고 울먹이면서 말하더라구요.
정신이 없어서 나중에 보겠노라고 했고, 나중에 집에 와서 보니깐 정말 움직이지 않더군요.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그렇게 사슴이는 죽었어요.,
어쩔 수 없이 관찰통에 사슴이를 그냥 넣어두고 묻어주자고 했어요.
그 날 저녁부터 그 다음 날 저녁까지 2호가 많이 울었습니다.
놀 때는 괜찮다가도 갑자기 사슴이 생각이 나면 눈물 뚝뚝 흘리면서 어쩌냐고 하면서 울었어요.
밤에 잘 때도 울다가 지쳐서 잠들었구요.
지난 번에 올챙이 키우다가 죽었때도 이렇게 울지는 않았는데, 당황스러울 정도로 울더라구요.
어떻게 하지 생각하다가, 아이들이 사슴이를 곤충 표본으로 만들어서 간직하고 싶다고 합니다.
(근데 애들아, 죽는 것은 슬픈데 죽은 사슴이를 표본으로 만드는 것은 괜찮은거니??)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물어보면 안될 것 같아서 묻지는 않았습니다, 나중에 애들이 좀 더 크면 물어봐야겠습니다.)
그렇게 극적으로 분위기는 초상집 분위기에서 과학시간 분위기로 전환이 되었습니다.
1호는 그 동안에 자기가 봤던 곤충 표본 영상을 다시 찾아보고,
2호는 그런 형 옆에 찰싹 붙어서 같이 표본에 대해서 배워봅니다.
저는 또 인터넷을 뒤져서 곤충 표본 키트를 찾아봅니다.
다행히도 인터넷에서 판매하는 표본 만들기 셋트가 많네요.
적당해 보이는 것을 하나 구매해봅니다.
◆ 곤충 표본 키트
구성품 :
미니 케이스, 표본핀, 실리카켈, 나프탈렌, 라벨지, 표본용 우드락, 표본 전시 케이스, 핀셋, 모눈 종이.
곤충 : 별도 구매를 하거나, 키우다가 죽은 곤충을 사용.
아빠인 저도 곤충 표본은 처음으로 만들어보게 되었어요.
살면서 많은 경험을 해봤는데, 아이를 키우니깐 안 해본 경험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다행히도 구매 사이트에 표본 만들기 순서가 자세하게 써 있었습니다.
제가 한 번 읽어주고 아이들에게 딱 1번 시범을 보여주고 나머지는 아이들의 손에 맡겼어요.
잘되든 망치든 아이들 스스로 해봐야지 확실히 알 수 있거든요.
남의 손으로 100번 잘 해봐야 아이들에게 남는 건 없습니다.
(절대 귀찮아서가 아닙니다.)
◎ 곤충 표본 만들기 순서.
1. 모눈 종이 가운데에 중앙선을 그어주기.
2. 모눈 종이와 우드락을 핀으로 고정 시켜 흔들리지 않게 하기.
3. 표본 준비
4. 표본이 딱딱할 경우에는 세제를 조금 넣은 따뜻한 물에 넣어준다.
곤충마다 시간이 다르며, 가이드에 따라서 사슴벌레는 2~3분 정도 넣어주기.
5. 관절과 턱이 움직여야지 연화가 된 것, 되지 않았다면 다시 연화 과정을 반복.
6. 휴지를 이용해서 표본에 남아있는 수분 제거.(보이지 않을 정도로만)
7. 중심선에 맞춰 표본을 놓고 핀으로 고정.
8. 핀은 표본을 찌르는 용도가 아닌, 표본 옆으로 지지대처럼 꽂아준다.
9. 고정 순서는 몸통 → 날개 뒷쪽 → 머리 & 뿔 → 다리 (앞에서 뒤로)
10. 핀을 꽂은 상태로 2주~1달정도 통풍이 잘되고 서늘한 곳에서 건조를 한다.
모눈 종이를 쓰는 이유는 곤충의 좌우를 대칭으로 똑같이 맞추기 위함인데요.
표본을 만드는 것 자체가 섬세한 작업인데, 좌우 대칭까지 맞추는 것은 아이들에게는 조금 어려웠어요.
처음에 한 번 해봤는데, 그건 너무 어려워 하길래 모눈 종이는 거르고 바로 우드락에 고정시켰습니다.
그런데 사슴이가 죽은지 한 일주일 정도 되었을 때 작업을 시작했는데....
그 사이에 건조가 진행이 되서 사슴 벌레가 머리, 가슴, 배로 3단 분리가 되어버렸었어요.
살짝 집어서 올렸는데 힘없이 분리가 되어버리더라구요.
어쩌지 하다가 아이들과 본드로 몸통을 붙이는 걸로 합의를 하고 제가 붙여서 다시 진행했어요.
그리고 완전히 굳지 않은 상태여서 연화 단계는 건너 뛰었습니다.
가슴과 배 중간에 핀 두개를 이용해서 먼저 몸통을 고정시켜줍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뿔을 고정하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핀셋으로 뿔을 위치시켜놓고 안 쪽과 바깥 쪽, 양 쪽에 핀을 박아서 고정 시켜야 합니다.
손으로 하기에는 곤충의 뿔과 다리는 너무 얇고, 잘못하면 부러질 수 도 있어요.
그렇게 시작된 핀 꽂기 놀이, 아니 표본 만들기를 두 아이가 집중해서 합니다.
역시 조심해서 살살 움직여야 하는데, 어려워 하더라구요.
서로 번갈아가면서 한번 씩 하기로 했다가 너무 힘들었나봐요.
결국 한 명이 핀셋을 잡고 다른 한 명이 핀을 꽂는 협동 작업으로 변경합니다.
처음에 다 했다면서 가져왔는데, 너무 엉성하고 잘못 한 곳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표본 만드는 방법과 원리를 다시 설명해주고 다시 하라고 했조.
그렇게 다시 표본 작업에 들어간 두 형제.
이번에는 핀을 꽂을 수 있는 곳에는 다 꽂아서 가져왔네요.
좌우가 비뚫어지기는 했어도 그래도 아이들 나름 노력한 흔적이 선명하게 잘 보이네요.
이대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때로는 완벽한 작품보다는 사연이 담긴 허술한 작품이 훨씬 더 좋거든요.
건조는 2주에서 한 달 정도 해야한다고 하네요.
2주면 충분할 것 같지만 그래도 완벽을 기하기 위해서 한 달을 말리기로 합니다.
베란다에 있는 상자에 넣어서 통풍이 잘 되게 넣었어요.
그렇게 한 달이 지난 후 다시 작업을 했어요.
외관 상으로는 한 달 전과 후에는 큰 차이가 없었어요.
하지만 자세히 보면 사슴 벌레가 건조되면서 진액등이 나와서 굳어졌구요.
관절들도 굳어서 움직이지 않아요.
조심스럽게 고정시켜놓았던 핀들을 뽑습니다.
그리고 몸통에 핀 2개로 다시 고정을 잡아줍니다.
나프탈렌과 제습제를 넣어두고 뚜껑까지 닫아주면 이렇게 표본 만들기가 완성이 됩니다.
옮기는 과정에서 왼쪽 발 하나가 떨어져 나갔어요.
조심히 다뤘어야 했는데, 한 번 잘 못 잡았다가 이렇게 떨어져버렸네요.
그래도 사슴이 이름도 써주고 완성된 날짜도 적어 기록도 해두었어요.
(글씨는 2호가 썼어요.)
지금 이 표본은 저희 집 TV 장에 전시가 되어있어요.
사슴이가 죽었을 때 엉엉 울던 2호도, 별거 아니라고 하던 1호도 하루에 한 번씩은 들여다 보고 있네요.
언젠가는 잊게되겠지만,
아이들에게는 좋은 추억으로 남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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