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새 식구가 생겼습니다.
이 새로 온 식구의 정체는 "사슴벌레"입니다.
지난주 2호는 놀이터에 갔더랬죠.
정말 오랜만에 간 놀이터라서 신나게 놀던 2호.
심지어 유치원 친구까지 합류해서 아주 놀이터 떠나가라 소리 지르면서 놀고 있었습니다.
(1호는 수업 시간표가 바뀌어서 그날은 2호보다 더 늦게 끝나는 날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잘 놀던 아이가 달려옵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봤더니, 사슴 벌레를 봤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집에 가져가도 되냐고 물어보는데, 큰 생각 없이 그러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에 2호가 옆에 나무 토막도 함께 있었는지 그 위에 올려서 가져왔어요.
곤충은 잘 알지도 못해서 검색해봤더니 사슴벌레 종류도 엄청 많더군요.
눈으로 봤을 때 가장 비슷한 사슴 벌레를 찾았습니다.
넓적 사슴 벌레
뿔이 긴 것을 보니 수컷이네요.
암튼 그래서 저 아이를 올려놓은 나무를 두 손으로 공손히 받들고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평소에 뛰어 다니는 2호가 그렇게 얌전히 걷는 모습은 살면서 처음 봤습니다.
그렇게 집에 가지고 왔는데, 현실적인 문제가 있더군요.
첫 번째, 사슴 벌레를 넣어둘 곳이 없다는 것.
두 번째, 사슴 벌레는 대체 어떻게 키워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것.
일단 첫 번째 문제는 간단히 해결했습니다.
아이들 장난감 상자를 하나 골라서 장난감을 다 비우고 흙을 채워서 임시 관찰통을 만들었습니다.
다행히도 아들의 쿨한 협조로 빠르게 임시 거처를 만들었죠.
(평소라면 장난감 상자 비운다고 난리를 쳤을 텐데..... 이번에는 솔선수범으로 비워줬습니다.)
그런데 언제까지 이렇게 키울 수는 없고, 뭘 먹여야할지도 모르겠더라고요.
이럴 때 바로 검색을 해봅니다.
찾아보니 사슴벌레 키우기 키트도 있고, 키우는 사람이 꽤 많아서 정보도 쉽게 구할 수 있었어요.
사슴 벌레 키우기 키트는 주문하고 2일 만에 받았어요.
일단 사슴벌레는 모래가 아니고 나무 톱밥으로 밑을 깔아주고 키우더군요.
먼저 톱밥을 깔아주고 젤리 놓을 나무와 사슴벌레가 놀 나무까지 깔아줍니다.
곤충젤리는 사슴벌레 같은 곤충들의 먹이를 젤리형태로 만든 건데요.
신기하더라고요.
곤충을 위한 젤리라니.... 아이들 키우면서 제가 또 이렇게 배워가네요.
이렇게 다 담고 나면 완성이 된 사슴벌레 관찰통입니다.
사슴벌레등의 곤충은 야행성이라고 해요.
그래서 빛이 비치거나 낮에는 거의 볼 수가 없어요.
톱밥 속에 숨어서 하루 종일 지냅니다.
오늘 아침에 보니 이렇게 나무 밑에서 숨어 있더군요.
처음에는 먹이도 먹지 않아서 어쩌나 했는데, 2일 정도 지나니, 곤충젤리도 조금씩 먹고 있네요.
1호와 2호는 아침마다 일어나면 사슴벌레 관찰하고 있고, 먹이 먹은 흔적 보면 하나하나 와서 보고합니다.
장래에 연구원이 되면 아주 성실한 연구원이 될 수도 있겠네요.
애칭도 "사슴이"라고 지어줬네요...
(근데 왜 스티커에는 "사슴 벌래"라고 쓴 거야.... 공부하자 공부)
사슴벌레는 보통 1년, 길면 2~3년 정도 산다고 합니다.
놀이터에서 잡아온 이 사슴벌레가 아이들과 함께 오래도록 함께 있어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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