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학교에서 나눔 장터가 열렸습니다.
전교생이 함께 참여하는 것은 아니고, 학년 별 반 별로 개별적으로 열린 행사였어요.
1년에 한 번씩 아이들이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물품을 가져다가 팔고 친구의 물건을 사요.
물물 교환은 아니고, 자신의 물건에 가격을 정해서 팔고 돈을 받아서 친구의 물건을 그 돈으로 사는 것이죠.
시작할 때는 당연히 돈이 없기 때문에 각자 일정 금액을 스스로 발행을 한답니다.
작년까지는 '나눔 장터'라는 이름으로 행사가 진행이 되었는데,
올해부터는 '아나바다 장터'로 이름이 바뀌었네요.
먼저 나눔장터를 한 2호는 곤충젤리와 인형과 사용하지 않은 필통 그리고 포켓몬 카드 중에서 중복된 카드를 가지고 갔어요.
과연 이 것들이 팔릴까 싶었는데, 곤충 젤리 말고는 다 팔렸더군요.
(곤충 젤리는 사슴 벌레 키운다고 대량으로 사서 집에 여유분이 아주 많습니다.)
이게 사용하고 남은 돈인데, 보면 글씨체가 다 다르죠?
아이들마다 각 자 돈을 발행하다보니깐 각양각색의 화폐가 나오네요.
사고 싶은게 많았는데, 눈치작전하다가 결국 돈을 다 사용하지 못했다고 하네요.
눈치작전이 뭐냐고 물어보니,
끝나는 시간이 가까워지면 아이들이 세일을 하니깐 그 때 사려고 했다네요.
하지만 너무 시간을 끌어서 결국 나눔 장터 시간은 끝나버렸구요.
남은 돈을 보여주면서 아쉬워하던데, 다음부터는 무조건 사고 싶은 것은 바로 사라고 했어요.
인형을 가져갔는데, 또 다른 인형을 가져왔네요.
큰 고래 인형과 태국에서 구입했다는 코끼리 인형을 가져왔어요.
(인형을 왜 이렇게 좋아하는지 전혀 모르겠어요.)
장난감 칼도 용감하게 휘두르면서 들고 왔구요.
엄마에게 준다면서 슈퍼마리오의 '피치 공주' 열쇠 고리도 사왔네요.
그럼 아빠꺼는? 역시 없습니다.
1호도 몇 일 뒤에 나눔 장터를 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저조했던 모양입니다.
가져갔던 것 중에서 하나만 팔고 다른 친구들 인형만 2개 가져왔네요.
그나마도 그냥 귀여워서 가져와서 자기 침대구석에 예쁘게 두었구요.
(3학년 남자 아이인데, 아직도 인형을 좋아하는...아빠는 알 수 없는 취향입니다.)
나눔 장터를 할 때마다 아이들이 조금씩 경제적인 개념을 체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것이 좀 더 잘 팔리고, 어떤 것을 어떻게 살 것인지 생각을 하구요.
그 중간에서 자신들이 만든 화폐를 사용하면서 간접경험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구요.
물론 좀 더 적극적인 방식도 있지만, 학교에서 할 수 있는 교육 방식으로는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놀이를 통해서 교육을 함께 받는 것은 아이들이 이해하기에는 너무 좋기 때문이죠.
집에 있는 물건들을 못해도 반 년에 한 번씩 정리해서 오래된 물건이 많지는 않습니다.
사용하지 않으면 사촌 동생에게 물려주거나 버리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학교 나눔장터를 통해서 아이들이 원하는 물건으로 바꿔서 또 새로운 물건을 가지게 되네요.
이런 기회를 통해서 아이들이 물건을 함부러 생각하지 않는 배움을 얻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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