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J 아빠의 육아일기

#49 장난감 비우기

EJ.D 2021. 6. 22.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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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자라면서 한 번도 장난감 정리를 하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아이들이 연년생이다보니, 형이 가지고 놀다가 싫증이 난 장난감은 동생이 여전히 가지고 놀고 있고, 

동생이 실증이 날만하면 옛날 생각이 난 형이 다시 가지고 노는 이런 반복이 계속되었거든요.

그래서 집에 뽀로로 장난감부터 시작해서 유아용 자동차 장난감까지~

3살 때부터 가지고 놀던 장난감이 가득가득했어요.

 

그런데 보니깐 이제 전혀 손을 대지도 않는 장난감들이 많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때다 싶어서 와이프님께서 1호와 함께 정리를 싸~악 했습니다. 

 

이것저것 빼어서 보니 한 가득 봉투가 2개나 나오더군요.

어찌할 까 하다가 올해 태어난 조카에게 미리 주기로 했습니다. 

물론 쓸만한 것만 골라서 빼고 고장이 난 것은 버렸어요. 

그래도 꽤나 많이 나오더군요...

(양 집안에서 첫 아이라고 어찌나 장난감 선물을 많이 받았는지...)

 

그냥 봉투채로 줄 수는 없어서 다이소 상자에 넣어서 주려고 또 상자도 샀어요.

아이들도 사촌 동생에게 준다고 하니깐 왠지 기분이 좋았나 봐요.

정말 편견 없이 남에게 베푸는 걸 좋아하는 아이들입니다. 

 

옆에서 가만히 구경하고 있던 아이들이었는데.....

상자 만드는 게 재미있어 보였는지, 1호가 자기도 도와주겠다면서 구멍을 뚫어줬어요.

처음에는 좀 어려워하더니, 나중에는 색연필로 구멍을 잘 내더군요.

덕분에 귀찮은 구멍을 제가 내지 않아도 돼서 조금은 좋았네요.

(상자 조립하는 게 쉬워 보였는데, 생각보다 귀찮은 것도 있고 구멍에 나사 끼워서 돌릴 때도 좀 아팠거든요..)

 

상자를 다 만들고 넣어보니 상자가 2개가 차 더군요.

이걸 그동안에 집구석에 쌓아두고 있었다니!!

버리지도 못하고 어찌할 까 매일 고민만 했었는데...

이렇게 조카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이 생겨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물론 새 장난감도 사줘야 하는데... 조금 더 크면 본인이 원하는 것으로 사주는 게 좋을 듯싶네요..)

 

이 두 상자는 동생에게 가져다줄 거라고 했더니 2호가 나섭니다. 

집에서 감수성 최고이신 2호님이 편지를 꼭 써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야 본인들이 준 것을 동생이 알 수 있다고 하면서요.

 

 

까만 하늘에 별이 반짝이고 불빛이 있는 그림을 그려온 2호입니다. 

그리고 사랑해라는 말을 대문짝 하니 써 놓았네요.

 

이제 1살인 갓난아기인 조카가 가지고 놀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요.

하지만 이렇게 오빠들이 동생에게 준 나름의 선물이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네요.

저 편지는 상자에 고이 넣어서 그대로 동생네에게 가져다가 주었습니다. 

어서 조카가 가지고 노는 모습을 봤으면 합니다.

 

 


아이들은 참 사랑이라는 단어를 아무렇지 않게 잘 쓰는 것 같아요.

감정 표현하는 데에 거리낌이 없고, 시간 장소를 가리지도 않고요.

여기저기 눈치 살피는 아빠 밑에서 이렇게 자기표현을 잘해주는 아이들이 태어나줘서 정말 감사합니다.

나중에 나이를 먹으면 사랑해라는 말을 거의 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그때까지 지금을 만끽해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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