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생각

핸드폰을 잃어버린 아이.

EJ.D 2023. 12. 20.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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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은 하교를 혼자서 하고 있다.

1호와 2호가 함께 끝나는 날에는 내가 데리러 가지 않고 둘이서만 집에 온다. 

(따로 끝나는 날에는 1호는 혼자서 하교하고 2호는 아직 데리러 간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하게 한 것은 1호의 핸드폰.

올해 생일 선물로 핸드폰을 사줬는데, 핸드폰 역할을 충실히 잘하고 있다. 

 

하교할 때 학교에서 출발하기 전에 전화를 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기 전에 다시 한번 하는 것으로 규칙을 정했다. 

학교에서 엘레베이터 타는 데 걸리는 시간은 15분남짓으로 그리 멀지는 않다.

(내 걸음으로는 7분.)

이렇게 규칙을 정해놓으면 아이가 얼마나 왔는지도 알 수 있기 때문에 안심이 되는 편이다.

 

 

 

어제는 아이들끼리 하교 하는 날.

아이들 방과 후 수업이 끝나는 시간은 3시 10분, 전화는 15분 정도에 온다. 

그런데 하늘에서는 눈이 펑펑 내리고 조금씩 쌓이고 있었다. 

왠지 아이들이 오는 길에 눈놀이 한다고 조금 늦어질 것 같긴 했다. 

그런데 40분이 되도록 아이들이 오지 않는 것이다. 

 

베란다에 나가서 보니 아이들이 보인다. 

멀어서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눈에 띄는 옷이라서 알아볼 수 있었다.

단지 내에서 서서 둘이서 뭔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대체 둘이서 뭐하는 건가?

 

 

바로 1호에게 전화를 했는데, 받지를 않는다. 

뻔히 그 사람이 거기 서 있는 걸 보면서 전화를 걸었는데, 전화를 받지 않으면 왠지 화가 난다. 

다시 걸었는데 아저씨가 전화를 받는다.

아이는 저기 서 있는데, 전화를 왜 다른 사람이 받지?

 

들어보니, 그 근처 동의 경비 아저씨인데, 순찰을 돌다가 핸드폰을 주웠다고 하신다.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바로 찾으러 가겠다고 했다.

그새 아이들은 다시 학교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아무래도 핸드폰을 잃어버린 것을 그제야 알고 찾으러 가는 모양이었다. 

 

재빨리 경비실로 가서 핸드폰과 2호의 물건을 받아 들고는 나도 학교 쪽으로 향했다.

아니다 다를까 긴장한 얼굴을 한 1호와 2호가 길가에서 무엇인가를 찾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내가 나타나니 화들짝 놀라는 아이들.

모르는 척 물어봤더니 핸드폰을 잃어버려서 찾고 있다고 한다. 

 

잃어버린 것은 어쩔 수 없지.
잃어버린 것은 잃어버린거야.

 

내가 찾아온 핸드폰을 보여주지 않고, 이렇게 이야기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서 어떻게 잃어버렸는지 물어봤다.

 

잃어버린 경위는 이랬다.

1호가 나에게 전화를 하고 둘이서 오던 중, 핸드폰을 2호에게 주었단다.

그리고는 2호는 학교 친구에게 가방에 달린 피겨를 보여주기 위해서 핸드폰과 그날 만든 것을 내려놓았다. 

2호는 친구에게 피규어를 보여주고는 물건을 다시 집어 들지 않고  아무 생각 없이 그대로 걸어왔고, 

그리고 조금 걸어오다가 아이들은 길고양이를 보고는 고양이 사진을 찍으려고 핸드폰을 찾았는데, 

그때는 이미 핸드폰이 길에 놓인 이후였다. 

그 사이에 경비 아저씨가 핸드폰을 주우셨고, 아이들은 잃어버린 핸드폰을 찾아다닌 것이다.

 

오늘 아침에 숨겨두었던 핸드폰을 1호의 손에 쥐어주며 한 마디 얹었다.

 

물건 잃어버리니깐 속상하지?
학교에서는 가방에 잘 넣어두고, 집에 올 때는 목에 꼭 걸고 와.

 

잘 알겠다고 하며 찾아줘서 감사하다는 하는 아이들.

무조건 가방에 넣어 다니라고 형에게 훈수 아닌 훈수하는 2호.

(아니, 정작 잃어버린 것은 너라고요 2호님아!!!!!!)

 

몰랐는데, 2호는 아침에 와이프에게 달려가서 눈물을 뚝뚝 흘렸다고 한다.

캠핑장에서 본 강아지 사진이 핸드폰에 있는데, 아직도 아이들이 사진을 찾아보곤 한다. 

그런데 그 강아지 사진 이제 못 보는 거냐며 울었다는 것이다.

역시, 둘 째는 둘 째다 싶다.

 


 

 

 

종종 아이들이 물건을 학교에 두고 오거나 잃어버리기도 한다.

자주는 않지만, 잊어버릴 만하면 사소한 물건 하나씩을 잃어버린다.

물건이야 잃어버리면 다시 사면된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자신의 물건은 물건 이상의 감정이 들어가 있다. 

그래서 물건이 아닌 추억과 감정의 순간을 잃어버린 것이라고 생각된다. 

 

아이들이 자신들의 물건 그리고 추억을 잘 챙기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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