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라도 우리 아이들도 영어 유치원에 보내야 할까?
주위에 영어 유치원에 가는 아이들 이야기를 가끔 듣는다.
와이프 지인의 자녀 중에서도 영어 유치원을 다니는 아이들이 있다.
그럼 이런 생각이 든다.
영어 유치원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살짝 조바심이 난다.
영유를 보내는 집에서는 효과에 대해서는 좋은 이야기 투성이다.
영유를 보내니깐 아이가 숫자를 영어로 센다더라, 간단한 대화를 영어로 한다더라,
글로벌 시대에 영어는 기본이다.
어릴 때부터 해야지 영어가 자연스럽게 습득이 된다.
부모라는 게 나는 어떻게 해도 괜찮지만, 내 아이들이 왠지 뒤처지거나 못 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들면 발끈하는 게 부모의 마음이다.
그래서 요새는 무조건 영어 유치원을 보내야하나라는 생각을 가끔 해보기는 했다.
하지만 한달에 백만 원이 넘어가는 영어 유치원비를 들으니 이건 아니다 싶다.
돈이 너무 비싸지만, 과연 그 값어치만큼의 배움을 아이가 습득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는 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집에 와도 영어를 그대로 사용을 해야 하는데 집에 오면 결국 한국말을 할 테니깐..
영유를 반대하는 이유에는 개인적인 경험도 한 몫하고 있다.
나는 중학교 때까지 영어를 배우지 못했다.
정확하게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윤선생을 하기는 했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다.
(그만둘 때까지 apple이라는 단어도 제대로 발음하지 못했었다.)
부끄럽지만 중학교 때부터 정규 교육으로만 영어를 배웠고, 수능도 좋은 점수를 받아냈다.
그리고 대학교 때 1년 어학연수를 다녀온 것만으로 괜찮게 영어 습득을 했다.
(어학연수였다기보다는 1년 해외 살이라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다.)
자랑은 아니지만, 해외바이어와 영어 메일을 주고받고 하루에도 몇 번씩 영어 통화가 기본인 업무에서도 잘하고 있다.
이후 해외에서도 몇 년을 지내다 오기도 했다.
가끔 미국에서 오래 살다온 동료들의 네이티브 한 발음이 부럽기는 하지만, 한국에서 영어 공부한 사람들끼리는 다 비슷하다.
그래서 영어 조기교육에 열을 올리는 사람들을 약간 이해를 하지 못한다.
어차피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이상,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게 내 지론이다.
(내가 이렇게 이야기 할 때마다 와이프는 예전과 요즘이 같지 않다고 하지만, 다행히도 전체적인 틀은 나와 비슷함.)
아빠로서 난, 지금의 우리 아이들이 한국말을 좀 더 조리 있게, 능숙하게, 그리고 다채롭게 표현하는 것을 배웠으면 한다.
한국어를 잘하는 아이가 다른 언어도 잘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아이들이 집에 와서 가끔 조잘대면서 이야기를 해줄 때 질문을 하고 아이의 답을 듣는 게 재밌고 즐겁다.
유치원에서 특별활동으로 영어를 1주일에 한번씩 수업을 하긴 하지만, 그것도 큰 아이가 배우고 싶다고 해서 신청을 해주었다.
아이와 영어로 대화를 하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겠지만, 아이와 이야기를 하면서 생기는 즐거움 자체는 변경이 없다.
영어 유치원에 보내는 비용으로 나중에 아이들이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을 해줘야겠다.
그리고 영어가 필요하다면, 나중에 집중해서 배워도 충분하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중요한 것은 현재, 지금 꼭 익혀야 하고 배워야 하는 것을 아이들이 알았으면 한다.
미래를 위해서 대비하는 것이 아닌,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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