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생각

아빠의 자유시간

EJ.D 2021. 6. 4.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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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휴직을 쓰고 나서 처음으로 자유 시간을 가졌다.

고향에 갈 일이 있어서 1박 2일 동안 아이들 없이 혼자서 움직인 이틀의 시간이었다.

1박 2일이 짧은 시간 같지만, 육아를 하는 부모들은 알 것이다.

아이가 없는 1박2일이란 엄청나게 긴 시간이라는 것을 말이다. 

 

계속 무엇인가를 요구하는 아이의 요청도....

말 잘 듣지 않아서 속터지는 상황도..

아이의 소리 때문에 들리지 않는 티브이나 전화를 소리를 듣기 위해서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피하는 것도..

쉽게 주어지지 않는 그 자유의 시간이 주어지는 것이다. 

 

Photo by averie woodard on Unsplash

 

그 이틀의 시간동안, 아이들이 눈에 밟혀서 계속 보고 싶었다면 아마 거짓말일 것이다. 

아이들이 생각이 나긴 했지만, 보고 싶어서 빨리 집에 와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은 걸 보니 아마도 열혈 아빠는 아닌 모양이다. 

오랜만의 자유 시간 때문에 그랬는지, 아니면 서울을 잠시 떠나 다른 곳에 홀로 있어서 그랬는지..

아빠와 남편으로서의 나에게서 조금 떨어져 "나"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어제 저녁에 2일 만에 아빠를 본 아이들에게 아빠 없어서 좋았냐고 물어보니 좋았단다.

그 대답을 듣자 아주 조금 섭섭한 마음이 들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래서 아빠 그럼 좀 오랫동안 어디 갔다가 올까?라고  물어봤더니, 그건 싫단다.

아빠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아도 어디 가서 빈자리가 나는 것은 싫은 모양이다. 

깊이 캐물어봐야 왠지 나만 상처받는 대화가 될 것 같아서 더 물어보지 않기로 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내가 없는 동안 아이들의 외할머니가 오셔서 같이 저녁을 먹어서 엄청 좋아했었다고 한다.)

 


부모도 결국 하나의 개인이며 인격체이다.

누군가의 엄마, 아빠 혹은 직장 내의 직급으로 살아가는 시간이 훨씬 많지만, 그 안에는 나만의 모습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어떤 역할을 하면서 그 본연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가 않다. 

항상 역할로서의 모습으로 살아간다면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그래서 부모도 자신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아이들에게도 부모가 잠시 옆에 없어서 느끼는 감정도 있지 않을까?

항상 옆에서 있던 내가 없어서 나의 소중함을 느끼지는 않았을까?

꼭 소중함을 느끼기를 아이들에게 강요하지는 않지만, 다양한 감정들을 아이들이 어릴 때 느끼면서 컸으면 싶다. 

 

그리고 나의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역할에서 잠시 벗어나 아이들 스스로에게 집중하고 때로는 혼자도 즐길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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