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아이들이 벌써 6살, 7살이 되었다.
유치원에 다니는 형제 덕분에 집 안이 조용할 날이 없고, 집 밖에서는 뛰어다니는 통에 정신없기 일쑤이다.
걸핏하면 둘이 싸우는 게 일과가 되어버린 요즘은 모든 소음과 난리법썩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정말 말이라고는 하나도 듣지 않고, 군대처럼 큰소리쳐야지 겨우 말을 드는 녀석들을 보고 있노라면..
차라리 아무것도 못하던 갓난아기였을 때가 뜬금없이 그리워진다.
유모차에 냅다 눕혀놓고 벨트채워 놓으면, 적어도 내 컨트롤 하에서 아이들이 데리고 다닐 수 있었던 그 시절이 말이다.
처음에는 몰랐었다.
쌍둥이들만 2인용 유모차를 쓰는 것인 줄로만 알고 있었던 나에게 2인용 유모차가 필요하게 될 줄은 말이다.
연년생 아이들이니깐 자연스럽게 형꺼를 동생이 물려서 쓰면 되겠다고 생각을 했던 것이 착오였었다.
유모차도 동생에게 물려주고 1호는 우리와 함께 걸어다닐 줄 알았다.
어느 정도는 예상에 맞아떨어지기는 했지만, 유모차만은 달랐다.
한 살 많다고 해서 이제 3살, 4살 된 1호가 마냥 걸어 다닐 수는 없었다.
형이어도 아이어서 1호에게도 유모차는 필요한 것이었다.
처음 2호가 아직 어리고 작을 때는 둘이서 한 유모차에 태우는 것이 가능했다.
심지어 함께 앉는 것을 놀이처럼 생각해서인지 두 녀석 모두 신나 하기도 했었다.
그러다가 결국 2호가 자라면서 2인용 유모차를 사야하는 순간이 왔다.
사진 속 유모차는 2번째 유모차인데, 첫 번째 2인용 유모차는 반품을 해야 했다.
아래 사진처럼 앞 뒤로 앉는 식이었는데, 길이가 길어서 차에 수납이 되지 않아 사용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2인용 유모차를 약 1년 반정도 사용을 하게 되었었는데, 정말 1인용 유모차에 비하면 더 많은 제약이 있었다.
의외로 유모차의 너비때문에 지나가기 힘든 문들도 은근히 있었고, 유모차 끄는 것은 배의 힘이 들었다.
그리고 1인용과 달리, 2인용은 접어도 편하게 들고 다닐 수가 없었다.
이야기가 조금 돌아오긴 했는데..
유모차를 그리워 하는 나를 돌이켜보면서 유모차 때 얼마나 힘들었는지 다시 기억을 해보니 지금이 훨씬 나아진 것이 맞다.
저 2인용 유모차를 끌면서 쇼핑몰이나 백화점에서 편하게 엘리베이터를 타본 적이 없었다.
(에스컬레이터는 유모차가 다닐 수 없다..그걸 알게 된 처음, 상당한 충격이었다....)
유모차를 끌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엘리베이터는 생각보다 유모차에게 좁은 공간이다.
심지어 2인용 유모차의 사이즈면, 한 두명이 차있으면 다음 엘리베이터를 기약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그리고 차 트렁크에 유모차를 넣고나면 공간이 몇 배는 줄어들어버려서 항상 짐이 오버로드 되지 않도록 확인해야 한다.
게다가 엄마나 아빠 중 한 명은 항상 유모차를 잡고 있어야 하니, 행동에도 제약이 많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데 지금은?
아이들 이름만 불러도 가까이 와주고, 가라고 하면 간다.
함께 에스컬레이터도 탈 수 있고, 사람 많은 엘리베이터도 탈 수 있다.
식당에 가서 유모차 자리 물어보지 않아도 되고, 차 트렁크는 필요한 짐만 넣어도 된다.
그저 아이들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나 불편을 주지 않도록 잘 보고 있고, 말을 하면 된다.
어쩌면 10년 뒤, 아이들이 자라서 가족보다 친구가 더 가까운 나이가 되면,
지금의 이 말썽꾸러기들의 모습이 그리워질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는 또 그때의 방법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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