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생각

부모 그리고 자녀의 사생활 (feat. Black Mirror)

EJ.D 2021. 7. 2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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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TV 프로그램보다는 넷 플릭스를 자주 보는 편이다.

넷 플릭스에는 처음 보는 신선한 소재로 제작한 영화나 드라마가 많아서 무척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BLACK MIRROR라는 영국 드라마가 있다.

각 화가 옴니버스 식으로 현재에서 더 발전된 미래의 기술을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눈으로 입력된 모든 정보를 다시 볼 수 있다거나, 오감을 지배하는 VR 등등이 나온다. 

허구 맹랑한 상상보다 좀 더 현실적인 상상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좋아하는 드라마이다. 

 

 

그중에서 아크 엔절(Ark Angel)이라는 에피소드를 보게 되었다.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이러하다.

 

딸을 잃어버릴 뻔 했던 엄마가 아크 에인절이라는 프로그램을 딸에게 이식한다. 아크 에인절 프로그램은 아이가 보고 듣고 말하는 모든 것 그리고 몸 상태를 태블릿으로 볼 수 있고, 이를 통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예를 들어서 시각을 조절해서 선정적이라고 부모가 판단하고 차단하면, 아이의 눈에는 모자이크가 처리돼서 그 장면이 보이고, 좋지 않은 말은 아이에게 들리지 않는다. 아이는 이를 끌 수 없고, 오로지 부모만인 조정이 가능하다. 부모가 아이의 모든 감각을 통제하는 것이다. 
이 아크 엔젤 프로그램은 당연히 아이에게 나쁜 결과를 가져오게 되고, 이로 인해서 발생하는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다.

아크엔젤 이식 중인 장면

 

부모라면 한 번쯤 상상해봤을 법한 일이다. 

아이의 모든 것을 내가 실시간으로 알고, 아이의 사생활을 통제가 가능하다면 얼마나 편리할까?

아직까지 아크엔젤같은 기술이 현실에 존재하고 있지는 않지만, 사실 우리는 이와 비슷한 것을 뉴스에서 가끔 본다.

아이의 24시간을 체크해서 학원을 뺑뺑이 돌리거나, 하루 종일 무엇을 하는지 감시하는 부모들의 이야기를 말이다. 

아마 이 기술이 나온다면, 그들은 바로 그들의 자녀에게 이식할지도 모른다. 

 

부모가 자녀에 대해서 궁금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자녀가 바른 길로 갔으면 하는 것도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부모는 그것을 자녀에게 무조건적으로 강요하거나 조정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자녀 또한 하나의 인격체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깨끗한 것만 보지는 않는다.

때로는 어둡고 더러운 것들을 보기도 하고 힘든 것들을 경험한다. 

하지만 경험을 통해서 나쁜 것과 좋은 것을 구별할 수 있게 되고, 이를 통해서 올바른 사람으로 자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역설적이겠지만, 때론 나쁜 것들이 좋은 것을 더 확실하게 해주기도 한다. 

그리고 좋은 점을 성장하게 해주는 밑거름이 되기도 한다. 

 

왜 그렇지 않은가?

밭에 뿌리는 거름은 사실 우리가 더럽다고 여기는 분비물이나 썩은 것들이 주원료이니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녀의 사생활은 존중받아야 한다. 

자녀가 우리 부모의 사생활을 존중해주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부모는 존경받아야하고 부모가 자식에게 간섭하는 것은 당연시 여긴 시대에 자란 세대이다..

그렇기에 나는 결혼하여 완전 독립을 하기 전까지 상당히 많은 투쟁을 부모님과 해야 했다.

덕분에 많은 부분을 이해받기도 했었다.

그런 경험 때문인지 나는 나의 아이들에게 간섭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한다.

좋게 이야기하면 관대한 아빠이며, 나쁘게 이야기하면 관심 없는 아빠이다. 

 

아이들이 좀 더 커서 10대, 20대가 되어도 무엇인가를 하라고 강요를 하지 않을 생각이다. 

물론 나쁜 것은 계속 나쁘다고 말해줄 것이고, 잔소리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조언은 할 생각이다. 

 


그저 드라마 에피소드였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줬다.

부모가 가진 생각과 이를 실현한 기술 그리고 이로 인한 여러 영향들.

육아 그리고 자녀 교육은 언제나 정답은 없고, 정도(正導)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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