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말에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라는 말이 있다.
부모의 자세와 거주 환경의 중요성을 알게 해 주는 맹자와 그의 어머니의 일화이다.
모두가 아는 이야기는 이렇다.
맹자가 어릴 적, 처음으로 이사를 했는데 그 곳은 묘지 근처였다. 늘 보고 듣는 것이 상여와 곡성이었던 어린 맹자가 그것을 흉내를 했다. 그래서 맹자의 어머니는 자식 기를 곳이 못된다 여기어 저자(시장) 근처로 이사를 했다. 이곳에서도 맹자는 장삿치 흉내를 냈다. 맹자의 어머니는 다시 이사를 하여 서당 근처로 집을 정하였다. 그랬더니 맹자가 서당을 보며 글 읽는 흉내를 냈고, 맹자의 어머니는 이에 안도했다고 한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이런 것을 보면서 단순히 환경의 중요함을 인지했었다.
환경이 좋아야지 아이가 올바르게 자랄 수 있고, 환경을 조성하는 부모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이다.
맹모의 어머니처럼 선구안을 가지고 실행력을 가진 부모가 되고 싶었고 노력을 했다.
그런데 알아보니 이 맹모삼천지교에는 또다른 뒷 이야기가 있었다.
그 뒷 이야기는 이렇다.
맹자의 어머니는 이사를 3번을 했다.
하지만 모두 어머니의 큰 안배가 있는 이사였다.
첫 번째로는 묘지 근처에 살면서 보게되는 죽음을 사람의 숙명으로 받아들이게 하여서 겸손의 미덕을 가르쳤다.
아무리 잘난 사람도 결국은 죽으니 항상 겸손한 자세로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죽음의 의미를 너무 강조하다보면 관념적인 허무론에 빠질 수 있다.
그래서 두 번째 이사를 간 곳이 바로 치열한 삶의 현장인 시장이었다.
생존을 위해서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자세를 가르치는 것이었다.
이렇게 맹자는 관념과 현실의 균형점을 찾게 되었고, 진정한 삶에 대해서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서당 근처로 이사를 함으로써 맹자가 스스로 학문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하게 한 것이다.
이것이 무작정인 강요보다는 자녀가 스스로 깨닫고 나아갈 수 있도록 한 맹모삼천지교의 뒷 이야기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살이 덧붙여지고 미화가 된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이를 통해서 부모의 역할이 훨씬 더 강조가 된다.
사는 곳의 환경도 분명히 중요하지만, 아이를 보듬고 있는 부모라는 환경이 가장 중요하고 큰 환경인 것이다.
아이가 가야하는 길을 강요하지 않고, 그 길을 자연스럽게 안내해줄 수 있는 부모의 역량이 요구된다.
그렇게 아이는 자신의 의지로 올바른 길을 고르고 인생을 살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에는 아침이면 세탁소 아저씨가 오신다.
오래된 단지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아침 출근 시간에 맞춰서 "세탁~~~"을 외치신다.
그럼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아저씨에게 옷을 맡긴다.
나는 이 것에 대해서 전혀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당연히 세탁소 아저씨는 본인의 일을 열심히 하시는 것이고, 이에 맞춰서 사람들은 아저씨에게 일감을 준다.
자연스러운 우리네 일상인 것이다.
그런데 한 번은 아이들이 아저씨를 따라 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세탁~~~"이라고 외치면서 웃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행동이 아닌 것으로 보여서 다시는 그렇게 따라 하면 안 된다고 단속을 쳤다.
그 이후로 아이들이 따라하지 않게 되었지만, 아직도 그 모습이 생각이 날 때가 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여러 가지 감정이 든다.
저렇게 열심히 일을 하는 모습은 분명히 좋은 점이라는 것을 아이들에게 알려줘야 하는데,
지금의 아이들이 과연 이해를 할 수 있을까라는 것.
환경이 이래서 중요한 것인가 하는 의문.
내가 아이들에게 하지말라고 하는 것 자체가 직업에 대해서 내가 혹시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
아이들이 다른 것을 따라해도 내가 하지 말라고 했을까라는 생각까지..
결론은 내가 아이들에게 제대로 알려줘야 한다는 것과 내가 먼저 기준을 확실히 잡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부모가 되어서도 여전히 많은 것이 모자란 나였다.
'아빠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이들의 화려한 해외 데뷔, 대만 여행의 추억 (18) | 2021.11.11 |
---|---|
아빠 블로그의 운수 좋은 날 (18) | 2021.11.01 |
외식이 이제는 두렵지 않다. (12) | 2021.10.07 |
유투브와 아이들 (20) | 2021.09.13 |
아빠의 취향과 아빠 노릇하기 (20) | 2021.09.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