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도 뜨거운 여름.
우리 집 아이들은 기억을 못 하겠지만, 아이들에게는 첫 해외 여행을 갔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이 함께한 첫 해외여행이기도 했다.
와이프의 외가 식구들이 한 동네에 살고 있어서 왕래가 잦은 편이다.
평소에도 자주 만나서 밥도 먹고 해서 아이들에게 가장 가까운 일가 식구들이다.
그러다가 함께 외가 식구들과 함께 가족 여행을 가게 되었다.
목적지는 무려 국내도 아닌 해외, 바로 대만.
2017년도에 1호는 3살, 2호는 2살이었다.
사실상 나이가 의미 없을 정도로 어린, 그야말로 육아 전쟁터가 따로 없던 시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가기로 마음을 먹은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결정적인 것은 무려 16명의 우리 식구들과 함께 간다는 것이었다.
아이를 봐줄 수 있는 든든한 지원군이 3박4일동안 함께 하는 여행이라니,
게다가 자유여행도 아니고 여행사를 통한 우리 가족만을 위한 단독 패키지여행.
와이프에게서 여행 계획을 듣자 왠지 없던 자신도 생겼다.
그리고 육아에 지친 와이프가 여행을 통해서 스트레스도 해소할 있는 기회가 될 것도 같았다.
그렇게 우리는 17년도 여름 대만으로 갔다.
하지만 그 환상은 곧 깨졌다.
공항 출국장에는 언제나 기다리는 줄로 길게 늘어있다.
특히 동남아시아나 중국 일본등으로 가는 비행기들은 시간대가 비슷해서 탑승객들이 많아 더 오래 기다려야 한다.
출국장 줄을 기다리면서 가족들과 잠시 흩어졌었다.
우리 가족 4명(엄밀하게는 어른 2에 말 못하는 아이 2명..)은 덩그러니 줄을 섰다.
날씨는 덥고 주위에 사람들은 많고...
유모차에 앉아있던 1호와 2호는 기다린 지 5분도 안돼서 터지기 시작했다.
아직 줄은 30분 넘게 더 서야지 우리 차례가 올 것 같은데, 아이들에게 그런 것은 알 바가 아니었다.
그저 지금 이 순간이 견디기 힘든 아이들은 울기 시작했고, 어떻게 달래 보려고 해도 아이들은 진정이 되지 않았다.
아이들 기저귀등의 짐을 따로 챙긴 캐리어에 유모차 그리고 진정이 되지 않는 아이 둘.
줄에 서 있는 출국장에서 정말 나와 와이프는 멘탈이 터지고 말았다.
(와이프와 나에게는 그 시기가 회사일과 육아로 개인적으로도 상당히 힘든 시기였다.)
도와주겠다던 식구들은 하필이면 그 때 곁에 없었다.
그냥 출국장 통과해서 집에 가자면서 어떻게든 서로 버텨서 출국장을 통과했다.
와이프는 울음을 터트렸고, 그 때서야 우리를 기다리던 식구들이 우리에게 왔다.
(지금 생각하면 여러가지로 와이프에게 미안하다.)
지옥 같던 출국장을 끝으로 점심을 먹으면서 어느 정도 안정이 되었고, 결국 대만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비행기에서 조금 힘들어하긴 했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잘 버텨줬다.
(2호는 거의 잠만 잤다.)
그리고 3박 4일 동안 대만에서도 아이들이 큰 일없이 잘 다녔다.
힘들어서 호텔에서 하루 종일 쉰 날도 있었고, 식구들도 우리를 많이 배려해준 여행이었다.
그리고 이 대만 여행 이후 우리는 절대 해외여행을 입에 올리지 않는다.
그때의 그 기억이 약간의 트라우마가 되었을까?
대만 여행을 기억하면 우린 서로 출국장에서의 일을 가장 먼저 이야기한다..
그곳에서의 시간은 정말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이 힘들었던 기억 덕분에 오히려 더 기억에 남는 가족여행이 되었다.
난 5년 정도 더 지나면 그때 우리 가족의 두 번째 해외여행을 갈 의향은 있다.
그전까지는 일단 국내여행을 마스터하는 것으로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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