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J 아빠의 육아일기

#73 낙서 그리고 붙이기

EJ.D 2021. 9. 9.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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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친구 집에 가면 한쪽 벽이 온통 낙서로 뒤덮여져 있는 것을 본 적이 종종 있어요.

친구나 친구 동생이 어릴 떄부터 벽에다가 그린 온갖 낙서들이 그대로 남아있는 거였죠.

예전에는 이사가 지금처럼 잦지 않았던 터라 한 집에서 오래 산 가정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도 가끔 보면 아이 있는 집은 항상 어느 벽이 그렇게 낙서되어있는 것을 자주 봤었어요.

 

그래서 저도 아이들이 태어나고 자라면서 슬슬 벽에 낙서할 나이가 다가오자 조금 긴장을 했었습니다. 

제가 좀 낙서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어서, 제 아이들이라도 낙서를 한다면 그냥 두고 보기 어려울 것 같았거든요.

벽에다가 도화지를 사다가 붙여볼까, 화이트보드를 사다가 걸어둘까 등등 여러 생각을 했지만..

약간의 게으름에 그냥 살아왔네요.

 

그리고 아이들이 다행히도 벽에 낙서하는 것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는지, 낙서의 재앙은 오지 않았어요.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물론 아예 없지는 않았고, 1호와 2호가 연필로 별 그리기 정도는 해놓은 게 한 두 개 있어요.

집 도배지가 어두운 회색이어서 잘 보이지 않았어 그렇게 눈에 보이지도 않았고요.

연필이라서 지우개로 지우면 또 지워지더군요. 

 

그런데 얼마 전에 보니깐.. 갑자기 낙서를 하기 시작하는 1호와 2호.

연필이 아닌 색연필로 낙서를 해놔더라구요.

 

낙서의 흔적

 

뭐라고 쓴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없는 글자와 의미 없는 별(?) 그림.

3~4살이었으면 그냥 냅 둬을 텐데, 이제 7살, 6살인 1호와 2호이기 때문에 말로 그러지 말자고 했습니다. 

낙서나 그림 그리라고 종합장도 엄마가 원 없이 사줬기 때문에, 거기에 그리면 된다고 이야기도 했고요.

다행히도 두 녀석 다 알겠다고 대답도 하고 그 뒤로 낙서도 없어요.

 

그리고 다른 방법으로 벽을 꾸미기 시작하고 있어요.

 

전시회중

 

유치원 미술 시간에 그려온 그림들을 벽에다가 붙여 달라고 하기 시작합니다. 

신기한 점이, 저는 유치원 다닐 때, 스카치테이프라는 것을 몰랐던 거든요?

그런데 아이들은 당연하게 저에게 와서 테이프 달라고 하더라고요.

물어보니 유치원 만들기 시간에 많이 사용해서 알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렇게 본인들 기준에서 잘 만든 작품(?)들을 벽에 붙여서 전시 중에 있습니다. 

뭘 그린 건지.... 물어봐도 설명해주지 않지만...

 

이렇게 박제를 해놓았으니 10년 뒤에 놀리면서 다시 물어봐야겠습니다.

(아빠의 복수는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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