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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부터 녀석들이 목소리가 이상했다.
겨울 내내 마스크를 쓰고 다녀서 감기 안 걸리고 잘 지냈는데,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 감기에 걸린 것처럼 쉰 목소리를 내는 아이들.
요즘 더워서 에어컨을 일찍 가동해서 많이 틀어줬더니 감기 기운이 든 모양이다.
그래서 어제 저녁에는 일부러 에어컨 켜주지 않고 잠을 재웠다.
병원에 가서 치료 받긴 하겠지만, 더 심해지면 안 될 것 같아서 조금 덥더라도 그냥 자자고 했다.
그렇게 아이들이 잠 든 지 알았는데...
재우고 난 뒤 2시간 뒤에 갑자기 실외기가 웅~하는 소리가 났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하던 것을 마무리하고 자려고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1호는 자기 자리에서 이불 덮고 자고 있고, 2호는 우리 침대에 올라와서 자고 있었다.
누가봐도 정황상 에어컨을 켠 범인이 2호라는 것이 99% 확실했다.
그래도 2호를 안아서 자리에 내려주기 전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어봤다.
2호야~ 많이 더웠어?
(끄덕끄덕)
그래서 2호가 에어컨 켰어?
(도리도리)
그럼 형아가 켰어?
(끄덕끄덕)
응~그럼 2호는 그냥 올라와서 잔거야?
(끄덕끄덕)
이제 우리 내려가서 잘까?
(끄덕끄덕)
에어컨 켜고 나니깐 시원해?
(끄덕끄덕)
아빠가 감기 심해지니깐 틀지 말라고 했었는데 그렇지?
(끄덕끄덕)
알겠어~그럼 잘 자~~
(끄덕끄덕)
그렇게 자면서도 묻는 말에 꼬박꼬박 대답 잘하는 2호다.
(안 잤다고 하기에는 내려놓자마자 바로 또 잠이 들어버린 아이였기에...자고 있었다고 확신한다.)
그 와중에 본인의 범행을 부인하고 형이 했다고 증언하는 모습까지..
영락없는 눈치 빠른 2호의 모습이었다.
그래도 아빠는 보았다.
침대에 엎드려서 자고 있던 너의 작은 손에 꽉 쥐어진 에어컨 리모컨을...
형한테는 네가 그렇게 말한 거 비밀로 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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