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를 타면 꼭 한 번은 가게 되는 곳, 휴게소.
그곳에 갈 때마다 아이들은 화장실도 다녀오고 간식도 먹고 뛰기도 한다.
그런데 딱 하나 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휴게소에 있다.
그건 바로 뽑기다.
라떼는 말이야~
동전 넣고 돌리면 고무나 플라스틱으로 만든 아주 조잡한 모양의 장난감이 나오곤 했다.
등굣길에는 몰라도, 하굣길에는 온 동네 아이들이 바글바글 문방구에 몰려들어서 뽑기를 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난 어릴 때부터 이 뽑기 기계를 좋아하진 않았다.
아마 살면서 뽑기 기계를 해본 게 아마 10번도 되지 않을 것이다.
(인형 뽑기까지 포함해서.)
내가 원하는 것이 나올 확률도 너무 낮고, 굳이 원치 않는 것은 가지기 싫었다.
결국 내게 뽑기는 돈 낭비라는 결론이었다.
(그래서 아이들이 뽑기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세월이 흐르고 세상도 바뀌면서 저런 뽑기 기계를 보는 게 힘들었다.
추억 속으로만 남은 뽑기 기계라고 생각했는데, 언제가부터 휴게소에 뽑기 기계가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그것도 2020년대 버전으로 업그레이드가 되어서 말이다.
어마어마하게 업그레이드가 된 것이 아니다.
모양은 그 전과 비슷하다.
그리고 좀 더 다양한 콘텐츠의 여러 캐릭터들이 늘었을 뿐이다.
단 아이들 입장에서는 그렇게 보인다.
돈을 쓰게 된 어른의 입장에서는 어마어마하게 바뀌었다.
다품종 소량의 시대가 뽑기 기계에도 도래가 하였다.
화폐의 쓰임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현대 시대에 맞추어 뽑기도 이제 카드를 사용한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잔 돈을 두고 왔다는 말 한마디로 넘어갈 수 있었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화폐 교환기라는 기계를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드 리더기가 여기저기 설치가 되면서
더 이상은 아이들에게 차에 돈을 두고 와서 할 수가 없다는 핑계는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었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설득을 하거나 뽑기는 안된다고 했었다.
그러다가 요즘에는 의견 교환 후 거래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예를 들면 뽑기 한 번 할래? 아니면 오늘 저녁에 간식 + 아이스크림 먹을래?
어차피 저녁 먹고 후식에 대한 아들들의 요구가 있을 터이니 두 건을 한 번에 해결한다.
조삼모사라고 그랬나?
이 꼬꼬마들은 당연히 바로 눈앞에 있는 뽑기 기계에서 눈을 떼지도 못한 채 대답을 한다.
당연히 뽑기지!!!!!!!!!!!!!
그렇게 5,000원의 뽑기 한판으로 저녁 후식은 사라진다.
(물론 저녁에는 또 불쌍한 눈으로 간식 먹으면 안 되냐고 물어보긴 하겠지만..............)
그렇게 아이들은 정성스럽게 뽑기 기계의 장난감들을 다 살펴본다.
구경하고 고르는 재미가 있나 보다.
5분 정도 보다가 어떤 기계에서 뽑기를 할지 선택을 한다.
그리고 돌린다.
이게 뭐라고 엄청 좋아한다.
무엇이 나올지 두 근 두 근대는 그 기대되는 그 순간의 즐거움이 좋은가보다.
그래서 뽑은 게 겨우 이런 거다.
내가 보기에는 그냥 작은 도마뱀 모양의 피겨일 뿐인데, 둘 다 너무 좋아한다.
물론 이 도마뱀은 여행이 끝나고 집에 오는 순간, 장난감 상자 어딘가에 들어가서 다시는 보이고 있지 않다.
레고 랜드에 가면 미니 피규어를 자신이 좋아하는 브릭으로 꾸며서 구매할 수 있는 상점이 있다.
지난번 레고랜드를 갔을 때, 아이들과 와이프 3명이 하나씩 자신의 캐릭터를 꾸며서 사서 나왔다.
아이들이 무엇을 하든지 좋아하는 것을 한다면 아직은 난 좋다.
그래도 이왕이면 불확실성의 기대감에 설레는 것보다는
확실한 그림을 만들어 나가면서 목표를 스스로 채워 나가는 즐거움을 더 즐기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뽑기 하나에도 별 별 생각을 하는 것을 보니, 나도 부모가 되기는 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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