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1호의 키는 1m 30cm가 될랑말랑 합니다.
예전 제 허벅지 아래에 있던 아이가 어느 덧 커서 허리만큼 컸죠.
그래서 이제는 제법 데리고 다닐만 합니다.
예전에는 너무 작아서 들고 뛰거나 아니면 엄청 천천히 걸었는데,
이제는 손 잡고 평범한 속도로 걸을 정도가 되었죠.
그래서 가끔 1호를 데리고 슈퍼마켓을 가곤 해요.
어제도 1호가 먹고 싶다던 삼겹살을 사러 가서 이것 저것 장을 봤죠.
1호는 뒤 따라다니면서 이것저것 참견도 하고 먹고 싶은 과자 앞에서 한참을 침 흘리면서 구경도 하구요.
과자 코너에서 겨우 데리고 나와서 계산을 하려고 하는데 1호가 안 오는 겁니다.
옆에 있는 다른 진열대에서 가만히 서 있는거에요.
뭐하나 싶어서 가서 보니 빵 진열대를 보고 있더군요.
그리고 말을 거니 딱 한 마디를 저에게 합니다.
아빠, 왜 포켓몬 빵이 여기에 있는거지?
그렇습니다.
포켓몬 빵 하나와 호빵 두 개가 놓여있더군요.
포켓몬 빵을 먹어보기는 했지만, 실제로 본인이 사본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그 전에는 선물로 받거나 누군가 구해다 주심.)
처음 보게 된 진열되어있는 포켓몬 빵이라니....
좋아하고 기다리던 무엇인가를 막상 보게된 아이의 심정이란 이런 것일까요?
결국 어쩔 수 없이 2호와 먹겠다면서 빵 3개를 모두 사왔습니다.
저녁 다 먹고 초콜렛 빵을 다 먹고 다음 날 아침에 포켓몬 호빵까지 야무지게 먹고 간 아이들.
2호도 형 덕분에 포켓몬 빵을 먹었네요.
저 포켓몬 빵은 딱 아이들 눈 높이 위치에 진열되어있더군요.
어른들은 그냥 보고 지나치는데, 아이들은 고개를 돌리는 딱 그 높이에 진열되어있었어요.
저도 빵을 보기 위해서는 허리를 숙여서 같이 찾아야 했죠.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춰주기란 생각보다 어려운 것 같네요.
눈에 보이는 것도 이리 힘든데, 정신적인 눈 높이를 어떻게 맞춰줘야할지 참 어렵네요.
그때마다 1호가 저에게 포켓몬 빵의 위치를 알려준 것처럼, 자신의 눈 높이를 저에게 말해줬으면 고마울 듯 해요.
'EJ 아빠의 육아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37 2호의 한자 시험 고군분투 (28) | 2023.02.17 |
---|---|
#236 경복궁 나들이 - 1호와 함께 (31) | 2023.02.14 |
#234 1호는 받아쓰기 백점이 고프다. (24) | 2023.01.30 |
#233 1호의 첫 자격증, 바둑 급수증 (33) | 2023.01.27 |
#232 1호의 슬기로운 1학년 생활. (33) | 2023.0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