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의 1학년 생활을 돌이켜보면,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어요.
받아쓰기에 관련된 이야기이죠.
2학기 동안 매주마다 받아쓰기 시험이 있었어요.
쪽지 시험처럼, 매주 10개씩 문장을 공부하게 시간을 주고, 금요일마다 시험을 보는 것이었어요.
아이가 처음 보는 시험인지라 매주 관심 있게 지켜봤죠.
어떤 날은 100점을 맞기도 하고, 어떤 날은 50점을 받아오기도 했어요.
하지만 아직 어리고, 받아쓰기는 계속 하다보면 늘기 때문에 항상 잘했다고 이야기해 줬어요.
어차피 받아쓰기 정도인데, 다 틀리면 어떻고 다 맞으면 또 어떻습니까
본인이 잘 배워서 나중에 글 쓰면서 틀리지 않게 쓰기만 하면 되는 거죠.
그리고 틀리면서 또 많이 배울 수도 있어서 나름대로는 긍정적으로 바라봤죠.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작은 사건이 발생합니다.
담임 선생님께 연락이 왔어요.
학교 생활을 하면서 선생님께서 별도로 연락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어요.
지난 1년을 돌이켜봐도 한 3번 정도였는데, 그중 한 번이 이때였어요.
1호가 그날 받아쓰기 시험에서 아깝게 하나를 틀려서 점수가 90점이 되었답니다.
그런데 너무 100점이 맞고 싶었던 1호는 스스로 고치고 동그라미를 쳤다고 하더군요.
저나 와이프 모두 한 번도 100점을 받아오라고 한 적이 없었는데, 100점이 너무 받고 싶었나 봐요.
1호가 집에 오기 전에 선생님 연락을 먼저 받았는데, 일부러 모른 척했어요.
아이들 저녁 먹고 모른 척하면서 점수를 물어보니깐 90점 받았다고 하더군요.
솔직한 1호는 100점 받고 싶어서 틀린 것 고쳐서 100점으로 바꿨다고 말하더라고요.
역시 순수한 1호는 그저 100점이 고팠던 모양입니다.
(완벽주의자 성향이 다소 약간 있는 듯합니다.)
그래서 90점도 너무 잘했고, 고쳐서 100점 받은 것은 진짜 1호 점수가 아니니 다음에는 그냥 그대로 가지고 오라고 했어요.
그 이후로는 점수가 나빠도 그냥 솔직하게 가지고 왔어요.
받아쓰기를 통해서 아이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 수 있네요.
단순한 지능이나 학습평가정도로 생각했는데, 아이의 성격도 알 수 있었어요.
1호가 자신의 성취를 위해서 더 노력하고 흥미를 느끼는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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