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침을 먹지 않는다.
아이들은 아침을 먹는다.
하지만 아빠가 먹지 않는다고 해서 아이들에게까지 아침을 주지 않는 것은 맞지 않다.
그래서 형제 녀석들 아침을 위해서 내 인생에서는 절대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아침 만들기를 하고 있다.
한식으로 아침을 차려주기에는 어려울 것 같고, 아이들도 먹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아침은 대부분 간단하게 토스트샌드위치나 요거트를 주고 있다.
샌드위치를 많이 해주는 편인데, 식빵 2개와 잼, 버터, 계란, 치즈, 햄을 넣어서 만들어 절반으로 잘라서 형제에게 준다.
다행히도 아이들이 샌드위치를 좋아해서 별 문제없이 아침을 먹이고 있다.
단지 하나, 이 나이어린 손님들에게는 까다로운 요구사항이 있다.
자기들이 원하는 모양으로 샌드위치를 잘라줘야 한다.
(물론 이것 외에도 어떤 치즈를 놓아라, 상추를 넣어라 말아라, 무슨 잼을 발라라 등등 아주 구체적인 요청 사항도 있으나,
이는 간단한 요청사항으로 생각하자.)
세모나 네모는 쉬운 짜르기였고, 가끔 원형으로 잘라달라고 할 때도 있었다.
심지어 별 모양으로 짤라달라고해서 잘라 준 적도 있었다.
(물론 어려워서 한 번해주고 그 다음번 요청부터는 들어주지 않았다.)
원래 아이들은 그렇다.
어떤 것이든 자기들의 말이 통한다고 생각이 들면, 부탁을 가장한 명령의 난이도가 점점 올라간다.
심지어 형제가 서로 경쟁하듯 어려운 주문을 하고 있으니 그 난이도가 올라가는 속도 또한 가속도가 되어간다.
1호가 특별 주문을 했다.
아빠!!! 공룡 모양으로 잘라줘!!! 공룡이 좋아!!!
공룡은 좀 어렵겠는데, 그냥 네모로 빨리 짤라서 먹자
아빠!!! 노력 좀 해봐, 다음에 공룡 모양으로 잘라줘!
노력이라니..아들에게마저 노력이라는 단어를 들을 줄은 아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결국 도저히 나로서는 할 수 없는 기술의 영역인지라... 잘라주지는 못하겠다.
그날은 그냥 네모로 짤라서 줬더니 공룡모양 아니라면서 투덜대면서도 잘만 먹는 아이.
아드님...
꼭 나중에 커서 저의 손자손녀에게 공룡모양으로 샌드위치 잘라줄 수 있도록 노력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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